빛과 소금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1991) 14091409.jpg

관리자

by 정유나 
'샴푸의 요정'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1집과 달리 빛과 소금의 2집은 판매가 부진했다. 네모난 화면, 은빛, 샴푸 등 현대적, 도회적 심상을 활용하여 1990년대 퓨전재즈의 선두 역할을 했던 이전 작과 달리 상큼한 사운드를 내세운 장점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가사와 처연해진 분위기, '귀한 건 쉽게 얻어지지 않아' 같이 종교적 색채를 담은 수록곡으로 음악적인 친밀감이 이전에 미치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된다. 

이 앨범을 끝으로 기타리스트 한경훈이 탈퇴하며 점차 어두침침한 작품으로 변하게 되었고, 베이시스트이자 보컬 장기호는 이후 CCM 가수 겸 기독교방송 CBS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는 등 여러모로 빛과 소금의 행보에 변환점을 가져다준 앨범이다. 

빛과 소금이 아름다운 서정성을 담은 밴드로 대표된 데에는 2집에 수록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8년 이소라가 자신의 3집에서 리메이크를 하였고, MBC < 나는 가수다 >에서 윤하, 윤민수가 선택하는 등 꾸준히 음악인들에 의해 불러졌을 정도로 이 곡은 별다른 보컬 이펙트나 전자음 없이 이별 후의 회한을 담은 가사와 멜로디를 무기삼아 명곡으로 재탄생했다. 여성성이 짙은 이소라가 가사의 변형 없이 리메이크하여 불렀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만큼 남자가 부르는 이별 연가 중 가장 쓸쓸하고 서글프다. 

전반부에서는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비오는 날'을 통해 맑은 피아노로 만들어내는 가지런한 선율이 퓨전재즈의 정숙함을 표현한다면, 후반부의 'TV Talent'는 미디어를 향유하는 재지한 리듬을 보여준다. 1980년대 재즈 연주에 대한 정보나 교육기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노래의 짜임새에 대한 인식을 끌어낸 것, 그리고 그 원동력이 재즈의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가사가 자아내는 서정성을 펑키(Funky)한 재즈 연주곡으로 담아냈던 빛과 소금의 의미는 각별해진다.

트랙 사이사이에 배열된 연주 소품들도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꿈'에서 브라스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퓨전재즈 스타일의 즐거움을 연주하더니, '모터 사이클'에서는 다양한 피아노 반주법으로 1980년대 영국의 재즈 펑크(Funk) 그룹 샤카탁 류의 몰아치는 디스코 비트를 녹여낸다. 'TV Talent'에서 바람이 통하듯 희미하고 몽환적인 장기호의 목소리는 텔레비전의 수많은 화소가 만드는 공허한 환각성을 표현한다. 감성을 응축하여 부르는 그의 가창법은 멜로디와 노랫말을 세련미로 장식하여 당시 한국적인 소재와 단단한 사운드를 들려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의 경쟁 관계에서 정체성을 구분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음악적인 성취만을 놓고 이야기하기에도 빛과 소금은 성과를 올렸지만, 이 앨범이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로 기억되는 만큼 이들의 장점은 고독을 집요하게 파고든 시선을 간결한 가사로 표현했다는 데에 있다. 떠난 이를 두고 가슴 저미도록 체념하는 남자의 읊조림은 같은 이별의 과정을 다루었지만 너무나도 다른 이별의 모습이기에 더욱 생명력을 얻고 가슴에 박힌다. 가수의 것에 그치지 않고 듣는 사람의 삶 속으로까지 내던져지는 메아리는 판매고에 부진한 2집이 어느새 1집만큼이나 힘찬 울림을 영위한다. 

- 수록곡 -
1. 귀한 건 쉽게 얻어지지 않아 
2. 꿈
3.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4. 모터 사이클
5. 비오는 날 
6. 이제 우린
7. 혼자만의 느낌
8. TV talent  

출처 - 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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