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d Days - 맥 드마르코(Mac DeMarco)(2014) salad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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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저항할 수 없는 나태에 빠질 때가 있다. 몇 시간 남지 않은 월요일을 마주할 때나,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시험 몇 분 전이거나, 끝날 기미 없이 착취당하다 깨어나 보니 약속 없는 휴가의 첫 날이라거나. 음, 그리고… 1992년 생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맥 드마르코의 < Salad Days >를 듣는다거나.

오프닝 트랙 'Salad Days'부터 좋은 시절 다 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이 청년이 어디서 굴러들어온 백수인지 궁금하겠지만 사실 그는 꽤나 전도유망한 인디 싱어송라이터다. 다만 섹시한 외모나 달콤한 러브 송과는 거리가 먼, 다분한 '괴짜' 기질로 승부를 보다 보니 인지도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풋내기가 2014년 < NME > 선정 올해의 앨범 2위에 이어 각종 매체의 연말 결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박을 친 것이다. 뉴욕 브루클린 좁은 아파트에서 녹음된, 허허실실한 징글 쟁글(Jingle-Jangle)의 진지함이 평단을 잔뜩 홀렸다. 

건방지고 시크한 태도는 꼭 20년 전 '루저 열풍'을 몰고 온 벡(Beck)을 닮았고 멜로딕한 기타 팝과 나긋한 보컬은 스미스(The Smith)로부터 내려오는 브릿팝의 그것이다. 대부분 2~3분 내로 마무리되는 간단한 구성임에도 유혹적인 기타 리프와 든든한 베이스 리듬은 곡을 넘어 앨범 전체를 강하게 각인시킨다. 전주부터 숨김없는 리프로 귀를 사로잡는 'Brother', 'Treat her better'부터 틈틈이 기타 솔로를 삽입한 'Goodbye weekend' 등 유연하면서도 빈틈이 없다. 비틀즈의 사이키델릭 시대를 잠시 빌려온 메인 싱글 'Passing out pieces'는 그의 음악 내공을 보여주는 단편적 하나의 예일 뿐이다. 

나른한 베이스 그루브 위에 얹히는 목소리는 피로라는 렌즈로 투영한 세상사를 가감없이 읊어놓는다. 차가운 신디사이저가 리드하는 'Chamber of reflection'에는 외로운 남자의 공허함을, 발랄한 기타 리프의 'Let her go'에는 가감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약에 취한 남자가 의지할 곳이 어쩐지 애처로운 'Let my baby stay'의 어두움은 잔잔한 분위기와 대비되며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만사 귀찮은 줄만 알고 흘러가는 선율 속에 형형한 눈이 빛난다. 

맥 드마르코에 쏟아지는 극찬은 단순한 잉여의 가치에서 오지 않는다. 언뜻 허술해 보이지만 깊은 통찰을 담은 목소리는 무료한 일상에 잘 용해되며, 곱씹어 들을수록 직관적인 메시지를 확산한다. 쉴 새 없이 바쁘다 말하면서도 강박적 권태에 빠져있는 현세대의 의식을 추출한 < Salad Days >는 '좋다'고 굳이 인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다. 만사 귀찮은 '루저', 절망에 빠진 '크립'과는 다른 영역의 신개념 청년 'Blue boy'가 빚어낸, 저항할 수 없는 21세기 형 슬래커(Slacker)의 팝이다.

- 수록곡 -
1. Salad days 
 2. Blue boy
 3. Brother
 4. Let her go 
 5. Goodbye weekend 
 6. Let my baby stay 
 7. Passing out pieces 
 8. Treat her better
 9. Chamber of reflection 
 10. Go easy
 11. Jonny's odyssey

출처 - 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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