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 The Pale Emperor(2015) mm.jpg

관리자

by 이수호 
돌아온 교주의 사운드에는 여유가 있다. 그간의 디스코그래피를 장식해온 인더스트리얼과 메탈의 기운은 다소 사그라졌다. 변화가 쉽게 감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릴린 맨슨 특유의 컬러가 사라졌느냐, 그건 또 아니다. 작품 전반에는 여전히 예의 그 음침한 대기가 흐르고 있다. 음반의 스타일을 잘 전달해준다는 점에 있어 'Killing strangers'는 정말 훌륭한 오프너라 할 만하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끈적한 리프와 이따금씩 등장해 음산함을 더하는 사운드 효과, 맨슨의 보컬 퍼포먼스를 잘 전달해내는 미니멀한 편곡 구성의 조합은 적잖이 빈 공간을 분위기 연출을 위한 최적의 장으로 끌어낸다. 그런 점에 있어 'Odds of even' 역시 괜찮은 클로저다.

블루스와 하드 록에서 크게 힌트를 얻은 것이라 짐작된다. 점성을 품은 리듬과 블루지한 선율이 이를 증명한다. 이와 같은 변신에는 물론, 음악에 대한 맨슨 스스로의 요구가 주 요인으로 들어섰겠으나, 파트너십을 맺은 작곡가 타일러 베이츠의 공로가 실로 크다. 전곡 작곡과 음반 공동 프로듀싱이라는 방대한 영역에서 이루어진 타일러 베이츠의 터치는 마릴린 맨슨 표 하드 록이 안정궤도에 오르게 일조했다. 게다가 기타와 베이스, 건반 연주, 프로그래밍의 크레디트까지 자기 앞으로 돌려놓기까지 했다. 앨범 제작의 일선에서 뒤로 물러난 트위기 라미레스의 조타수 역할을 잘 수행한 셈이다. 음반 어디에서도 교체 과정에서의 공백은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으로, 맨슨의 콘셉트 메이킹은 앨범에 구심점을 부여한다. 각종 신화와 종교, 문학 작품으로부터 가져온 살인, 전쟁, 죽음, 원죄 등 갖가지 죄악을 활용한 은유들은 을씨년스러운 공기를 구체화하는 요소들이다. 육중한 사운드 속에서 이야기에 종말을 선사하는 'Slave only dreams to be king'의 인상적인 문구, '노예들은 왕이 되기만을 원할 뿐, 절대 자유를 꿈꾸지 않는다'와 할리우드('Holy Wood')에 메피스토펠레스를 불러들이는 'The Mephistopheles of Los Angeles' 속의 현대판 파우스트를 보자. 텍스트가 사운드의 맛을 더욱 틔운다. 뛰어난 스토리텔러이자 포교자인 맨슨의 역량은 언제 어디에서건 빛을 발한다.

작품에게는 무서울 게 없다. 강점은 곡들 대부분이 대체로 좋다는 부분에 존재한다. 속도가 빠르건 느리건, 사운드가 가볍건 무겁건 간에 각각의 트랙들이 제 스타일 안에서 낼 수 있는 매력들을 충분히 뽐낸다. 그루비한 리듬 위에서 강렬한 리프와 거칠 것 없는 보컬이 교차해가는 'Deep six'는 앨범 최고의 트랙이며, 블루스 록 사운드가 밴 'The Mephistopheles of Los Angeles'와 'Cupid carries a gun' 등의 곡들은 이번 음반에서의 시도가 남긴 큰 수확물이다. 앨범과 시작과 중간, 끝에서 슬로우 템포의 곡들도 빼놓기 어렵다. 첫머리에서 언급한 'Killing strangers'와 'Odds of even' 뿐만 아니라 'Warship my wreck' 역시 음반의 맥락을 조절하는 주요한 장치로 자리한다. 이런 상이한 두 형태 사이의 접점 격에 해당하는 'Third day of a seven day binge'에도 주의를 기할 필요가 있다.

늘 준수한 작품을 내놓는 마릴린 맨슨이다마는 더 이상 이렇다 할 충격을 줄 수 없는 작금의 시점에서 이전과 비슷한 쇼크 록은 유효한 결과를 만들기 힘들었을 테다. 내부에서의 변이에 그래서 의미가 붙는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블루스라는 지점으로의 발걸음이 흐름에 신선함을 보탰다. 그 다음 단계는 못해도 보통 이상이라는 아티스트에게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사람의 세계관은 뚜렷하고 또 탄탄하다. 게다가 이 대단한 괴작가 옆에 능력 좋은 작곡가까지 붙었다. 결과물로서 우수한 앨범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갓 오브 퍽(The God of Fuck)의 새로운 말씀들엔 흡입력이 가득하다. 무릎 꿇기에 좋은 교설(敎說)들이다.

-수록곡-
1. Killing strangers  
 2. Deep six  
 3. Third day of a seven day binge
 4. The Mephistopheles of Los Angeles  
 5. Warship my wreck
 6. Slave only dreams to be king
 7. The devil beneath my feet
 8. Birds of hell awaiting
 9. Cupid carries a gun  
 10. Odds of even 

출처 - izm.co.kr
 

  바디 카운트(Body Count) - Manslaughter(2014)

  가즈 쿰스(Gaz Coombes) - Matador(2015)